2009년 08월 02일
그니까 요새 어캐 지내냐면요.





지난 7월 3일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때 타자 쳤다가 창 끄고 쳤다가 창 껐던 던 글 줄들이 임시 저장되어 있었네요. 게임 기대하셨던 xxx님과 몇 몇 분들, 걍 막 념목 아니 면목 없습니다.

자신도 자긍도 자부도 있지만 저도 때로는 그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사실은 나는 언제까지고 세상에 발 붙이지 못하는, 요즘 말마따나 잉여인간, 지저깨비인 것이 아닌가. 일을 그만두고서, 시시때때로 그 생각이 머리에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매일같이 '일'을 구하러 발품을 팔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지난 31일, 취직을 했어요. 상정된 상황이 발생 시 주어진 지침대로 교육받은 행동을 수행하는, 창작에 골몰하거나 신념을 부대낄 필요없는, 평범한 일을 하는 곳입니다. 나인 투 식스에 주 5일. 백 몇 십만원의 급여. 입이 쩍 벌어지는 체험 착취와 교대의 현장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호구하며 퇴근해서 글 쓰고 만화 그릴 수는 있겠다 싶은 곳을 구한 건 많이 다행스러운 일이지 싶습니다. 만화만으로 밥벌이 못하는 무능에까지 사고가 번지면, 다시 '어쩌면 사실은-' 하는 생각이 발동합니다. 요새 어캐 지내냐면, 이런 자조와 자괴를 와각와각 씹어 목 구멍 아래로 삼켜넘기려 턱을 움직이며 지냅니다. 눈과 귀는 매일 끔찍하고 지독한 걸 보고 듣지만 입 안은 그득 차서 혀도 안 돌아가고, 입천장은 긁히고 쓸려 쓰라립니다.

그래도 등뼈는 건재합니다. 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턱을 당깁니다. 그르타. 실로 나는 한심하다. 한심 인정. 하지만, 졌다는 생각은 아직 조금도 하지 않았타.

xxx님, 그 게임은 나오지 않습니다. 끝났어요. 내던지듯 나오느라 제가 쓰고 그렸던 것들 마저 하나 챙겨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아직 도중입니다. 끝 같은 건 아직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그러니까, 기다려주세요.


by laystall | 2009/08/02 03:16 | 02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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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8/02 15: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02 20:14
두 끼! 갸갸갸갸 밥 두 끼 사신다는 말에 걍 막 힘이 난타능. 고맙습니다. 저도 항상 비공개님을 응원하고 있어요. 힘내겠습니다.
Commented at 2009/08/02 16: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02 20:21
네, 감사합니다. 요즘 따라 참 이런저런 거 많이 겪고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들게 되는데, 이러면서 인생의 방향을 다잡게 되는 듯해요. 기운내겠습니다. :)
Commented by 호구라 at 2009/08/02 19:29
그래! 바로 저게 나요! 내가 저 덧글을 적었소! 나란 말이오! 상처에 캡사이신을 뿌린게 바로 나요! 나란 말이오!
으허헣. 내가, 내가 적었소!

여튼, 난 다른거 기다리고 있으니까 기다리지 않을 검미다.
요즘 새로 시작했다는 만화랑 게임들인데 7월 3일날부터 다시 시작했다고 하니까 시간은 한참 남았으니 천천히 기다릴거임.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02 20:23
캬갸갸갸갹갸갸갸맵캡사이신
굳이 이름 숨겨드렸더니 이케 샤우팅 하실 줄이야. 응원에 힘입어, 욕 나오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겠슴미다.
Commented by 하아... at 2009/08/03 01:57
토닥토닥.힘내세요.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03 03:51
:) 네.
Commented by scarab at 2009/08/03 03:24
맘 고생 많았을껴 낭중에
부산 근처 떨어지면 함 보세 =ㅂ=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03 03:52
기랴아아. 같이 케이블카나 타러가자능.
Commented at 2009/08/12 12:0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13 23:03
지금이 '나쁜 시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데, 벽 앞에 참 오래도록 부딪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네. 참 오래도록. 격려 감사합니다. 정말요. 정말인 줄 알아주시리라 믿어요. :)
Commented at 2009/08/12 12:2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14 00:00
네. 즐겁고, 정당하게. 비할 바 없이 즐겁고 티끌 하나 없이 정당하진 않더라도, 최저한, 상식과 정의에 그럭저럭이나마 부합하는, 매일 조금씩 자신을 깎아내지 않아도 되는 곳을 비공개님이 만나게 되시길 바래요. 격려 고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길 바래요. :)
Commented by bibaf at 2009/08/20 21:09
힘내자!!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21 02:26
키랴!!
Commented at 2009/08/26 15:2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8/27 00:08
아, 참 반갑네요. :) 불미스런 일로 블로그를 옮기시게 된 것은 참 유감스럽습니다만, 비공개님의 새로운 블로깅을 구독자로서 즐겁게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바래요.
Commented at 2009/10/02 23:5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10/03 00:03
갸갸갸, 술은 약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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