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30일
물러설 데가 없다

회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당신이 전전긍긍한다. 오늘따라 왜케 버스는 늦게 왔으며 왜케 신호는 많이 만나는지. 이미 조금 늦을 것 같은데 아직도 갈 길은 멀어서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 있는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당신 옆에 선 아저씨도 연신 시계를 들여다본다. 비슷한 사정인갑지. 마음은 급한데 버스가 정류장을 앞두고 또 천천히 멈춰선다. 사람들이 올라타는데, 어째 다 올라탄 거 같은데도 버스가 출발을 안 하네. 당신이 고개를 늘여 버스 앞쪽을 바라본다. 누가 휠체어를 들고 버스에 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누군가가 천천히, 부축을 받아 힘겹게 버스에 오르고 있다. 버스는 여전히 멈춰서 있고, 당신의 조바심이 팽창한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성질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 당신이, 그런 생각을 한다. '아.. 그래도 좀 사람들 바쁜 아침 시간은 피해서 움직이지..' 이건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쳤던 당신에게 건네는 글이다.

예전에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침나절에 장애인이 상점에 들어오면 마수걸이부터 재수없다고 뇌까리는 가게 주인이 숨쉬던 시절. 길 가다 맹인을 만나면 재수 없는 거였고, 부녀회 아줌마들이 모여서 '우리 애들은 밝고 좋은 것만 보며 자라야 한다'며 아파트 옆 장애인 복지원 설립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던 시절. 말해놓고 나니 지난 시절이라고 하기 낯부끄럽다. 기실 그때로부터 아주 많이 시간이 지나 오지도 않았다.

장애인을 하등국민으로 거리낌없이 규정짓는 이들에게 '당신 가족이 장애인이 된다고 생각해봐라'래봤자 말짱 헛거다. 아 그마이 역지사지 되고 타인에게 공감이 가능한 사람들이면 애초에 그런 말을 입에 담지도 않었지. 이런 사람들에게 통하는 논리는 손익의 논리다. 이해관계와 손해득실로 선 가르고 시시비비 가리는 논리. '당신이 장애인 당사자라면'이라고 공감을 종용할 적에 이 사람 그거 상상못하는 거 아니다. '내가 장애인이 된다면, 어이쿠 참 이런 소릴 들으면 슬프겠쿠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장애인이 된다면, 이런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지'라고 납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은 그런 소릴 들어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고, 그런 취급을 받아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왜? 장애인은 단위 전투력으로서 기능 상 열등하기 때문에. 무슨 전투? 국가성장의 전투. 나라/회사가 발전하려면 이것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고, 저것은 아직 챙길 때가 아니며, 그것은.. 싫으면 이민 가라. 그러는 거다.

뭣보다도 성장, 이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질주해 온 결과가 이렇다. 머리 깊은 곳에 '효율을 저해하거나 진행에 방해가 되면 악이자 열등'이란 인식이 천지에 뺑끼칠 되어있는 나라. 그리고 이 나라는 지금 '검사해 보고 장애아라면 낙태할 수도 있지 않느냐'라는 말을 뱉는 자가 대통령으로 선출돼 있다. 참 시바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다시 아까 얘기 하자. 장애인이 버스에 오른다. 당신은 출근이 늦을까 조바심을 내지만, 그 조바심이 버스에 오르는 장애인에 대한 원망으로 향해지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게 당연한 거니까. 저 장애인도 행복을 추구하고 권리를 보장받는 게 당연한 사회 구성원이니까. 이게 맞는 거다. '그래도 다들 바쁜 시간에..' 이게 함정이고, 당신 대뇌에 박힌 녹슨 못이다. 당신이 기다려야 할 시간은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견지하는 사회에서 응당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할 시간이다.

애당초 이 얘기 꺼내려다가 장황해졌는데.. 이글루질 상당히 뜸해진 _푸훗_은 요새 이러며 산다. 힘내라, _푸훗_! 나도 지켜보겠다, 대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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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ystall | 2009/03/30 04:01 | 02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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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3/30 15: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3/30 22:35
네, 그렇습니다. )
Commented at 2009/03/30 18: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9/03/30 22:37
옳으신 말씀임미다. 인제 취할 수 있는 성장 자체도 요원한데, 어짜든둥 파고 보자고 드니 이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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