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31일
당신의 생각

  
지난 17대 대선에서는 3765만여 명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고, 공휴일인 12월 19일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 사이에 2373만여 명이 투표를 했습니다. 2위 정동영 후보와 약 22.5%의 차이로 이명박 후보가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531만여 표의 차이였습니다. 1392만여 명이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808만여 명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고, 평일인 오늘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 사이에 124만여 명이 투표를 했습니다. 2위 주경복 후보와 약 1.8%의 차이로 공정택 후보가 서울시의 새 교육감이 되었습니다. 2만여 표의 차이였습니다. 680만여 명이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아쉽지 않을 수 없지만 선전했습니다. 49만여 명의 서울 시민이 공정택 후보에게 투표했지만, 47만여 명의 서울 시민이 주경복 후보에게 투표했습니다. 촛불시위대 머릿수 계산은 경찰 추산이 맞았느니 운운할 것 없지 싶습니다. 선거 홍보도 거의 없었던, 공휴일로도 되지 못했던 이번 선거의 개표 마지막 즈음까지 선거의 결과를 짐작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촛불로 지새워졌던 많은 밤들이 있었던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680만여 명의 기권자들이 더욱 안타깝게 생각됩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사람이 80%에 이른다는 이야기가 떠들썩하지만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하야를 외치면서도 '학생들의 지상목표는 무한경쟁을 통해 학력을 신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폭력 경찰 물러가라를 부르짖으면서도 '인권은 몰수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이 옆길로 새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연애조차 불허하자고, 전교조로부터 아이들을 지키자고, 임대아파트 들어서서 저소득층 늘면 교육수준 떨어진다고, 나라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부르짖던 공정택 후보는 이제 서울시 교육감입니다. 애들 잠 좀 재우고 밥 좀 먹이자는 구호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주경복 후보는 낙선했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공정택 당선 기사 아래의 덧글에는 촛불 들어봤자 결국 이 꼴이라는 말이 올라옵니다. 하지만, 촛불 들었으니까 이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25개 구 중 17개 구에서 주경복 후보가 우세했습니다.

저는 여태껏 세상이 나아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유쾌할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그 느림에 분개하기보다, 느림에 조바심 내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명박 정권의 정책과 공정택 교육감의 학력신장제일주의에 반대합니다.

언젠가는 공정택 교육감도 임기를 다할 것입니다. 투표했던 당신이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당신이 반대한 것이 공정택 후보였는지, 학력신장이 제일이라는 그의 주장이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투표하지 않았던 당신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살아가는 이 세상의 일부인 학생들이 어떻게 교육받길 바라는지. 당신도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by laystall | 2008/07/31 01:23 | 02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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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샐리 at 2008/07/31 09:06
여느 선거라면 새벽같이 일어나 득달같이 투표하던 어르신들도 많이들 기권하신 선거였습니다. 그런 투표에서 주후보가 이만큼의 성과를 얻어낸 건 촛불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전 꽤 큰 차이로 주후보가 깨질 거라고 예상했던지라, 이만큼의 호승부는 충분히 의외롭고 놀라운 결과였어요. 인생 100년인데 길게 보고 나아가야겠지요. laystall님도 수고하셨습니다.

* 덧 - 이오공감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laystall at 2008/07/31 12:30
전 친구와 대화할 적에 이보다는 높은 투표율과 주후보의 당선을 점쳤는데, 생각이 좀 물렀나봐요.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류시 at 2008/07/31 09:25
2만표차이라... 그래도 상대방에서 전교조-빨갱이라고 인신공격한 것 치고는 많이 선전했다는 느낌이네요... 투표한 사람으로서는 이왕이면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요...ㅠㅠ
Commented by laystall at 2008/07/31 12:34
강남과 서초, 이른바 잘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 안타까웠어요. 잘 사는 사람들인데, 여유도 있을 텐데, 왜 저렇게 생각하는 걸까. 하고.
Commented at 2008/07/31 11: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8/07/31 12:39
그러게요. 이렇든 저렇든 정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을 학생들 생각하면 깝깝해요. 프랑스 애들은 수틀리면 시위하러 거리로 뛰쳐나오던데, 프랑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쟤들이 프랑스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더라고요. 아, 씨바 부럽다.
Commented by Gilipolla at 2008/07/31 13:27
좋은글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8/07/31 14:16
그렇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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