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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2월 22일
309만원. 오늘 나라로부터 받은 금액입니다. 작년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약 2개월 좀 넘는 기간 동안 어느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일했었어요. 부산에서 손꼽히는 벤처기업으로 방송도 탔었던, 산학 연계니 부설 연구소니 이래저래 거창하던 그 회사에 제가 들어간 후부터 직원들에게 월급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방만하고 무리한 경영 탓이었지 싶은데, 저야 일했던 기간이 고작 2개월 좀 넘으니 뭘 알겠어요. 그냥 뭐 곧 나오겠지 하고 있었죠. 높은 분들도 그렇게 말하고. 그러다, 어느 날 피라미드의 정점이 자기 가족까지 버려두고 종적을 감추는 것으로 회사가 파토났습니다. 의외였던 건 저보다 더 피해가 크고 더 기막힌 처지를 당하게 된 사람들의 태도였어요. 그냥 저냥. 할 수 없지. 뭐 어쩌나. 법에 의지해서라도 내 돈을 받아내야겠다는 사람은 겨우 둘이었지요. 그 둘과 함께 이것저것 알아봤어요. 뭘? 말 그대로 '법에 의지해서 우리 돈을 받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였지요. 어떤 제도가 있고, 어떤 보호장치가 있고, 어떤 법을 어떻게 의지해야 할지 셋 다 무지했지요. 그냥 '에이 씨발 조까튼 새끼'하고 침뱉고 돌아서는 걸로 끝낼 수가 없었어요. 단지 세 사람 다 '나는 내가 일한 값을 받아내고 말겠다'는 생각만 확고했지요. 그런 결심뿐인 무지상태에서 각자 정보를 수집하다가 '체당금 제도'라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체당금 제도란 게 몇년도에 어떻게 시작되었고 등등 하는 상세한 사항은 읽는 분이 만약 체당금 제도를 필요로 할 때 충분히 스스로 알아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여기선 아주 간단하게만 말할께요. '회사가 망해서 못 받은 월급을 나라에서 대신 주는' 제도입니다. 좋죠? 네. 좋은 제도예요. 예전에는 월급 못 받은 이들이 망한 회사의 사업주를 쥐어짜거나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체당금 제도가 '98년 7월에 시행된 이후로는 근로자들이 좀 더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지요. 우리 셋은 이 체당금을 신청하기 위해 좀 더 정보를 수집하다가 노무사 사무실을 찾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노무사 사무실을 통하지 않고서는 체당금 신청과 절차진행이 너무도 번거롭고 어렵겠더라고요. 어느 노무사에 찾아갈까 하며 부산에 있는 노무사 사무실들을 살펴보다가 이름이 맘에 드는 곳을 하나 찍어 찾아갔습니다. 운이 좋게도 참 괜찮은 곳이었어요. 그게 지난 9월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 후로 있던 일들은 아주 흥미진진하진 않아요. 우리는 다른 직원들을 설득해서 같이 체당금 신청하자고 꼬드겼고, 이런저런 서류를 모으려 동분서주했고, 그러며 4개월 쯤 되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어요. 허위로 체당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기에 노동청에서도 직접 사업장이나 사업주의 자택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확실한 도산여부와 체불임금 확인 등을 위해 분주하게 일하시더라고요. 체당금은 '망한 회사로부터 받지 못한 월급을 모두 보상하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월급 200만원 받던 사람이 6개월 간 월급을 못 받고 있었는데 회사가 망했다면, 체불임금은 1200만원이잖아요. 그렇지만 체당금 제도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체불 임금 중 3개월 간의 금액뿐입니다. 그러면 일단 600이 되고, 여기서 또 이 사람의 나이에 따라 보상 상한액이 달라요. 30세 미만이라면 최대 상환액이 월 100만원, 30세 이상이라면 월 150만원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받는 금액은 최종적으로 450이 돼요. 해당 사업장에서 1년 이상 일했다면 퇴직금도 일부 보상됩니다. 어마어마하게 깎인다거나 고작 그거 보상인가 생각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체당금 제도는 받지 못한 월급을 일부나마 보상하는 동시에 회사의 도산으로 실직한 노동자가 다음 직장을 찾을 때까지 생활을 보조하기 위한 제도라 모든 체불임금을 보상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실직생활을 보조하는 의미로 보자면 신청부터 지급까지의 시간이 4개월 남짓이란 건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사실 저는 이나마도 다행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금년부터는 체당금 상한액이 크게 상향조정되어 30세 미만은 월 150만원, 30세 이상은 월 240만원까지 체불임금을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여러가지로 운이 좋았어요. 그렇게 오늘 2개월 좀 넘게 일하고 받지 못한 급여의 보상으로 국가로부터 309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금액은 무조건 나라에서 주는 게 아니라 후에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로부터 받아낸다고 해요. 체당금을 지급받은 우리는 노무사 사무실에 체당금 중 10%의 수수료를 냈고요. 아까도 이야기했었지만, 회사가 도산되자 많은 직원분들이 '법으로 걸어서 돈을 받아낸다'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시거나, 그간 그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을 법으로 어쩌고 싶지 않다거나, 그저 귀찮아서 아무래도 좋다거나 하는 태도셨어요. 제가 '반드시 내가 일한 대가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저도 이런 분위기에 섞여 그러려니 하거나 귀찮아 하며 제가 받지 못한 정당한 대가를 포기해버렸을지도 몰라요. 이 글은 어쩌면 그랬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역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을 쉬이 떨칠 수 없는 분을 위한 글입니다. 아주 대강의 내용밖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어딘가의 어느 분이 '체불임금을 못 받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분에게 작은 실마리나마 되길 바래요. 자신이 수행했던 업무에, 일에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 대가를 포기하지 마세요. 법이나 제도를 이용하고 관여하는 것을 꺼려하지 마세요. 전 체당금 신청을 위해 노무사 사무실에 찾아갈 적에 동료가 둘 있었지만, 그 사무실에서는 혼자서 체당금 신청을 위해 절차를 진행하던 분도 있더라고요.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309만원. 일단은 내일 어머님 안경부터 새로 맞추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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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ystall at 01/02 laystall 님도 건강한 한 해 되세.. by SeaBlue at 01/02 기실 작화 방법론에 있어 맥락이 .. by laystall at 01/02 참 팍팍한 때에, blus님도 무엇.. by laystall at 01/02 사실 가족사진을 읽어나가며 어딘.. by blus at 01/01 올 한 해, 정말 다사하지만 소난한.. by blus at 01/01 한국의 호떡계 일각에서는 대단히.. by laystall at 12/27 아, 네. ㅎ. 그 l씨가 제가 맞습.. by laystall at 12/27 얘기 안 하셨슴다. ;ㅂ; 이글루스 .. by laystall at 12/27 커어. ㅎ. 그렇군요. 즐독 되세요. by laystall at 12/2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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