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9일
블로그는 언론 맞다

예전 어느 때에, 그러니까 지존인 왕이 홀로 백성 위에 군림하던 때. 그 시절에 서울 장안에서 미투리 삼아 연명하던 윤씨가 어느날 왕래하는 사람들 다 볼 수 있게 제 집 싸리문 앞에 방을 하나 써붙였다고 치자. 방의 내용은

'다 연산군 탓이다'

민초인 윤씨의 삼족은 다 멸해졌을까, 관아에 끌려가 치도곤 좀 안겨지고 끝났을까. 여하간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연산군 운운한 것도 별 뜻 없는 그냥 예다. 요는, 그 시절엔 그랬다는 거다. 지엄한 왕의 권위에 반하는 발언을 공공에 선언하는 것은 민초에게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윤씨의 아내는 관아 앞에 엎드려 미친 윤씨를 선처해달라고 읍소할 밖에. 그건 미친짓이었던 것이다. 만일 윤씨가 방을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을 모아 함께 저자거리에 나가 주먹을 흔들며 '연산군 물러가라'고 연호했다면? 이거 그냥 죄도 아니고 대역죄다. 윤씨 아내도 까무러쳐 거품을 물 터. 아이고 저 이가 정녕 미쳤구나, 이녁의 팔자가 이리도 기박하여 제 명에 못 죽으니 이 한을 어쩔꼬. 그리고 윤회가 있다면 윤씨 아내는 다시 태어나 지금쯤 자기 블로그 덧글 아래에 답덧글을 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 이명박이라면 치가 떨리거등요?ㅋ'

흰소리가 길었다. 하려는 이야기는 간단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의 주권과 민의에 의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 그러나 여전히 국민을 백성으로 보는 정치인들은 존재한다.

링 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한나라당의 경찰국가 지향 언론관로부터 트랙백.
그만님의 포스팅에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예전 여기자 성추행을 저지른 바 있는-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정감사를 위해 작성한 보도자료 일부를 여기에도 좀 옮겨보자.

그만님이 지적하셨듯 정두언 의원의 인터넷에 대한 무지와 블로그에 대한 경계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분명히 말해서, 선거에 관련한 인터넷의 규제는 필요하다. 각종 흑색선전이나 조직적인 음해활동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정두언 의원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허용가능한 통제 방법의 연장선 상에 있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한나라당의 편의에 따라 시민의 언로를 차단하고 봉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언론'은 시민이 응당 제각기 낼 수 있는 목소리가 포함되지 않음에 블로그 역시 '언론도 아닌 것'이며, 설령 자타공인 하는 언론이라 할지라도 그 언론이 그들의 치부를 건드릴라치면 거침없이 불쾌해하며 예의를 지키라 호통친다. 이제 거함급 언론특보단을 완비한 그들이 언론마저 좌지우지 하고픈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지금, 나는 오늘도 내 집 앞에 방을 붙인다. '블로그는 언론 맞다'


덧 1. 스스로 한나라당을 지지한다는 어느 분이 얼마 전 이 블로그에 덧글을 다신 걸 보았다. 그 분은 '차라리 대놓고 해먹는 애들이라 지지한다'시더라. 죄책감 마저 부재한 채 사욕과 부정에 매진하는 자들을 지지한다? 그분께 말하고 싶다. 더 좋은 정당도, 정치인도 있답니다.

덧 2. 어느 분은 '국민들이 이명박을 왜 좋아할까요?^^'라 그러시던데, 아마 대선관련 여론조사에 기반을 두고 하시는 말씀 같다. 하여 이 포스트를 일독해보시길 권하고 싶다.




by laystall | 2007/10/19 13:48 | 02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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