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6일
시민하자

구태한 의미로 회자되는 대통령감이란 간단히 말해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줄 것 같은 사람'이다. 그저 믿고 다 맡기고 살아도 될 것 같은 사람. 이것을 이른바 '리더쉽'이라 부르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내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선언'에 자못 편안해한다. 어캐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여하간 '같이 경제를 살려보자'는 사람보다는 호기롭게 '내가 살리겠다'고 말하는 쪽을 택한다. 같이 살리자면 나도 애써야 한다는 이야기라 부담스럽지만, 그가 살리겠다면 그에게 맡기면 그만이니까 ok다. 이들은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의 책임을 위임할 수 있는 이를 원한다.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아는 만큼 자신의 책임에 대해서 알려하지 않는다. 투표는 나 모를 일이고, 정치가 밥 먹여주냐 외치며, 그런 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당당히 반문한다. 어려운 것들은 높은 사람들이 알아서 잘 결정했으면 좋겠고, 범죄자는 공권력이 싹 훑어버려 내 눈에 안 보였으면 좋겠고, 대세를 거스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기던 사람들은 여전히 살기 팍팍하고 흉흉한 가운데 어느날 tv에서 '리더쉽' 있던 그가 고발당하는 뉴스를 보고는 욕 한 마디 뱉는다. 정치하는 새끼들 다 저렇지.

백성하는 새끼들은 아직도 많이들 이렇다. 백성하지 말고, 시민하자. 민주주의 사회의 왕 하자. 다시 말하면, 일 좀 해라, 왕들.


by laystall | 2007/10/16 17:23 | 02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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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대마왕 R의 마왕성 at 2007/10/20 19:58

제목 : 은하영웅전설의 민주주의.
시민하자은하영웅전설을 다시 읽다가 이 포스트가 떠 올랐다.양 웬리는 죽는 순간까지 민주시민에 의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믿었다.말기의 은하연방과 동맹의 시민들은 laystall님의 포스팅대로 '백성'하는 사람들이었다.루돌프와 트류니히트는 그 '백성'들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굳혀 나갔다.하지만 양 웬리는 그러한 중우정치의 끝을 바라 보면서도 끝까지 '시민'에 의한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그리고 끝까지 '시민'으로 살았다.혹자는 끝내 제국군이 ......more

Commented by solette at 2007/10/16 18:12
맞습니다.
투표때 나몰라라 하면서 신문보고 욕하는 것밖에 모르는 사람은 시민이 아니지요...
Commented at 2007/10/16 18: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달빛이야기 at 2007/10/16 19:30
맞는 말입니다.
Commented by 묻지마세요 at 2007/10/17 13:54
'그의 호흡은 날로 가벼워졌다. 그의 호흡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뭍어나지 않았다. 희립은 아무것도 맡아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저 그의 육신이 연명하기 위한 생물학적 호흡이었다. 그가 짊어지고 있던 것들은, 짊어지고 있을 것들은 더 이상 없었다.

오늘로서,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수군들은 바로 그것을 알아서 울었다. 순간, 좌선 앞을 막아선 보성과 녹도, 순천 전선이 주춤하며 뒤로 밀렸다. 20여 척이 그들에게 저희끼리 부닥쳐 깨어지며 달려 들었다. 판옥선 한척이 지나갈까 말까 한 틈새로 통제사 좌선이 노출되었다. 높은 망루를 세운 왜선 두척이 날쌔게 파고 들었다.

-통상...

총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희립은 일어섰다. 장대 계단을 올라 떨어지는 그를 받아들었다. 무게가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의미를 홀로 짊어지고, 최후의 순간에는 홀로 살라버리고 떠난 이의 무게는 그렇게 가벼웠다.

노량의 검은 바다에 새벽동이 터왔다.'


3-4년전, 군대가기전에 써둔 글을 보다가 왠지모르게 눈물이 찔끔찔끔 베어 나왔습니다.
엉성하고 부실하고 탈고조차 되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그래도 왠지모르게 하루하루 비어만가는 제 마음속에
시린 서리바람과 낯선 울림이되어 내리더군요.

어젯밤 일이었어요.
네, 요 며칠전 밤과 비슷한 일이었습니다.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졌기 때문에, 저는 평소와 달리 혼자 베란다에 서 있었습니다.
왠지 평소에는 피우지 않는 담배가 생각나는 밤이었지만...저는 그런 것 피우지 않는답니다.
담배연기는...작고 소중한 제...에게 해로우니까요.
우울했어요. 왠지.
별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천체망원경이나...하다못해 그 흔하디 흔한 국산 4배율 스코프라도 있었더라면
좀 나았을텐데. 여지껏 별은 눈이아니라 마음으로 보는거라며 어느쪽도 장만하지 않은 저는...그렇군요.
진심으로 그녀를 생각하지 않은거군요.
그때 제 친구(였던)두명이 베란다 밑으로 지나가며 제게 손가락질을 해댔습니다.

'저기를 보아라?저기 저 캐 일빠 오덕후 녀석이 오늘은 어쩐일로 혼자 나와있구나아?'
'무엇인가 심정의 변화라도 있는것일까아?하긴, 그래봐야 소용없다?저놈은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덕후인걸?'

자신과는 다른 개인의 취향조차 존중해주지 않는...그런 그들과의 이야기는 지난 덧글에 적었기때문에
더이상 적지 않겠습니다. 그래도...그들의 마지막 한마디가 제 마음을 짓이기고 세로로 길게 찢어내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아...가르쳐 주세요, 훈 선배님.
저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덕후일 뿐인가요?
아아...가르쳐 주세요, 뭐든지 알고 계신 훈 선배님.
정말로 그런 건가요?

에어컨을 두대나 가지고 여름에도 깔깔이 상하의를 껴입은채 벌벌떨며 지낼 수 있어요.
전기세는 조금 나오지만 그런건 자동납부로 처리해두면 신경조차 쓰지 않아도 된다고요.
지구 반대편에서 발행된 원서를 마구 주문해도 배송료 걱정할 필요 없답니다.
저는...저는...oo문고 vip회원이니까요.

디시인사이드 한구석에는 언제나 저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네, 저는 고정팬까지 가진 뻘글러라고요.
제 뻘글에 열광하며 리플을 수백개씩 달아주는 사람들이 있는...
인기 뻘글러인데...그래도...그래도,

저기... 훈 선배님? 그래도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덕후일 뿐인가요?
아무리 바래도...
저기... 훈 선배님? 저는 영원히...그(요즘은 전투요정 유키카제♥기간인)생머리 빵집아가씨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수는 없나요?
아무리 원해도...

아아...삶이란 건 무엇인가요.
아아...사랑이란 건 무엇인가요.

흔들리는 제 생의 불꽃은 지금 이 시각에도 최후를 향해 타 들어가고 있는데,
저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요.

정말 아무것도 남길 수 없는걸까요.
Commented by laystall at 2007/10/19 13:51
solette /
이번 대선 투표율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길 바래봅니다. 특히 젊은 층의 참여가 조금이라도 더.

비공개 /
'ㅂ')> 에헤

달빛이야기 /
고맙습니다. :)

묻지마세요 /
우와, 진짜 공개로 올렸다, 이 후배..
Commented by nippang at 2007/10/19 22:36
저 후배는 아마도 학교앞에 살고있는 그...... 지나가다보니 베란다에 깔깔이가 널려있더만요.

Commented by 묻지마세요 at 2007/10/20 00:06
뻘글죄송염
Commented by laystall at 2007/10/20 03:42
nippang /
학교 앞이었수..?

묻지마세요 /
재미는 있었수. 내키면 또 올려주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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