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19일
그리고 27년째

노무현 대통령은 몇 대 대통령이셈? 이라는 질문이 럭키☆스타 각본담당 누구?하는 질문보다 을마나 더 무게 있을 질문인지는 각자 결정할 일이려니 하지만, 5월 18일인 결에 몇 마디 해보자. 노무현 대통령은 16대 대통령이다.

부정선거와 사사오입을 통해 초대 대통령부터 3대 대통령까지 해먹은 게 이승만, 1948년 7월부터 1960년 4. 19 학생혁명으로 하야할 때까지 12년 간 대통령이었는데, 요까지가 제 1 공화국.

4대 윤보선씨는 1960년 8월부터 1962년 3월까지 2년 남짓 하다가 박정희 5.16 군사혁명으로 땡친다. 대통령 내놓으라 총칼 찔러댄 이 억장붕괴역사는 나중 또 되풀이 된다. 윤보선씨 물러난 후엔 박정희가 '63년 12월까지 대통령 대행. 짧구나, 제 2 공화국.

5대부터 9대까지, 개헌에다 국가비상사태선포, 유신헌법 등으로 '63년 12월부터 '79년 10월까지 네 번에 걸쳐 16년 간 장구하게 해먹은 게 박정희. 대행기간까지 치면 더 길다. 요까지가 제 3, 4 공화국. 박정희 혼자 해먹었는데 왜 3, 4 공화국으로 갈리냐면, 고 사이에 유신헌법 발표가 있어서 그렇다. 유신헌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영원불멸 박정희 왕조를 여는 법이었답니다. 샤발, 이런 거 교과서에 요새 어캐 나오나 모르겠네? 나오긴 나오나? 캐공부 안한 나만 그때 졸았나? 중ㆍ고등학생분들 혹 이거 보심 어떤지 좀 알려주심 감사.

10대 대통령 최규하씨는 1979년 12월부터 1980년 8월까지 8개월만에 신군부 쿠데타 12.12 사태로 대통령 뺏긴다. 나왔쿠나, 개샹대머리 전두환. 세계의 대머리분들께 사죄해라. 그래. 이렇게 장난스럽게 썰 늘어놓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도 이 1980년을 가없이 의롭게 살아내신 5.18 항쟁 선열들과 불의에 맞서 싸운 모든 분들 덕이다.

1980년 9월부터 1988년 2월까지 8년 간 11대, 12대 대통령이었던 전두환 대통령은 '87년 6월에 독재타도와 직선제 쟁취를 기치로 일어난 6월 항쟁에 떠밀려 개헌. 요까지가 제 5 공화국. 그 뒤로 13대 노태우, 14대 김영삼, 15대 드디어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16대 노무현 대통령에까지 이르게 되는데, 여기까지 당신의 감상이 어떨지 모르겠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셋이 거진 다 노나먹었다고 해도 좋을 1948년부터 1988년까지의 40년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사람 나름이지만, 이들이 행해온 독재와 민주탄압에 맞섰던 큰 싸움들 중 하나가 27년 저기 광주에서 있었다. 왜?


헌법. 그리고 개헌.
현재 대통령 임기는 5년. 그리고 단임제. 한 번밖에 못 한다. 이거 당연히 법으로 정해져 있겠지? 맞다. 법도 그냥 법이 아니고 헌법으로 정해져 있다. 또 우리나라 헌법은 세계적으로도 나이스하기로 유명하댄다. 이 나이스한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7월 17일에 제정된 것인데, 난 거의 고딩때까지 제헌절날이 뭔 날인지도 모르고 학교 안 가는 공휴일인 것만 마냥 좋았다. 여하간 이 훌륭한 우리나라 헌법은 제헌일부터 지금까지 총 9차례 개정되었는데, 그 아홉차례의 개정 중 잘 봐줘도 다섯 번은 개헌 당시 대통령의 독재와 민주탄압을 위해 시행되었다. 어땠나 함 보자. 대통령에 관련된 개정 이외의 개정내용은 다소 생략했다.

<제1공화국>
▶ 제헌 (1948.7.17)
- 대통령 임기 4년. 국회 간접선거. 재선 가능.

나라가 막 태어난 이 때에, 국민이 아닌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을 선출하기로 한 것은 고육지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조렇게 대통령 뽑기로 헌법 제정.

▶ 1차 개헌 (1952. 7.7) : 이승만 정권
- 국회 간접선거를 국민 직접선거로.

국회에 자기편이 적으니까 이승만이 홱 개헌. 반대하는 야당 국회의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시킴. 그리고 부정선거로 다시금 대통령 당선.

▶ 2차 개헌 (1954. 11. 29) : 이승만 정권. 그 유명한 사사오입 개헌.
- 초대 대통령에 한해서 연임제한 폐지.

초대 대통령이 이승만 본인이니 깨놓고 말해서 '나에 한해서는 한 번 더 할 수 있게' 또 헌법 고치잔 얘기. 근데 이 2차 개헌안이 국회에서 통과될라믄 국회 재적의원 2/3가 찬성해줘야하는데, 재적 203명 중 찬성 135, 반대 60, 기권 7로 정족수인 136명에서 1표 부족으로 부결. 짝짝짝. 근데 자유당이 서울대 수학과 교수 최윤식을 불러다가 앞세워 주장하길, '재적의원 203명의 2/3는 135.333... 인데 사람을 소수점으로 나눌 수 없으므로 사사오입(반올림)하면 정족수는 135명이니 개헌안 ok'라 땡깡. 그리고 이것이 수용되어 개헌안 가결. 여기서 아 놔라고 안 할랜다. 뒤에 가면 더하그든.

<제2공화국>
▶ 3차 개헌 (1960. 6. 15) : 이승만이 4. 19 혁명에 떠밀려 하야한 후 허 정, 곽상훈이 대통령 대행하던 중에 이루어짐.
- 의원내각제 정부 구성
- 국민 직접선거제가 다시 국회 간접선거로 교체. 임기 5년. 재선 가능.

드디어 이승만 정권 말기 즈음하여, 대통령 권한이 의원내각제로 인해 대폭 축소. 국무총리 지명권 이외의 사실상 대통령 권한도 없게 되었다.

▶ 4차 개헌 (1960. 11. 29) : 윤보선 정권.
- 3차 개헌의 보완.

<제3공화국>
▶ 5차 개헌. (1962. 12. 26) : 5. 16 쿠데타로 대통령 대행하던 박정희가 '국가재건 최고회의'와 국민투표를 거쳐 개헌.
- 대통령 중심제로 복귀. 국민 직접선거제로 교체. 임기 4년. 재선 가능.

▶ 6차 개헌 (69, 10. 27) : 박정희 정권
- 대통령 3선 허용

세 번도 하겠단 얘긴데, 국회 본회의장이 아닌 별관회의실에서 새벽날치기로 통과시키고 국민투표로도 65%가 찬성하여 개헌됨. 후에 민주주의를 대폭 후퇴시킨 개헌으로 평가됨.

<제4공화국>
▶ 7차 개헌 (1972. 12. 26) : 박정희 정권. 그 유명한 유신헌법. 국가비상사태선포. 계엄령 발령. 그 결과 국민투표는 90%를 넘어 찬성.
- 대통령은 '통일주체 국민회의'의 간접선거로 선출. 임기 6년. 중임제한 폐지.
- 유정회(대통령 지명한 국회의원으로 이루어진 기관단체. 전체 의원수의 1/3) 설립
- 대통령 국회해산권 설립
- 국회의 국정감사권 박탈
- 대통령에게 긴급조치권 부여 (비상시국시 대통령에게 법률과 같은 권한을 부여)
- 법관 전원 대통령이 임명
- 통일 될 때까지 지방자치제 폐지
- 대법원의 위헌심판권 박탈

이런 거 보자니 진짜 박정희 시절이 좋았다는 분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왕이지 싶다.

<제5공화국>
▶ 8차 개헌(1980. 10. 27) : 전두환 정권.
- 대통령 직접선거제가 다시 대통령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교체. 임기 7년. 재선 불가.
- 기타 유신헌법의 비민주적 조항 삭제.

김재규의 총탄에 의해 박정희 정권이 18년만에 끝나자 최규하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전대갈이 쿠데타로 실권 탈취. 민주화를 갈망하던 국민들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3김 중 한 명을 대통령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전두환은 계엄령 연장 및 확대 등으로 찍어 누름. 5월에 각 대학 학생조직이 민주화 대행진 기간을 설정하고 계엄철폐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시작했는데, 16일 24개 대학이 가두시위 중단하고 시국 추이 관망을 결정하지만 전남대는 횃불시위를 지속한다. 이에 전두환은 특전사를 광주에 보냄. 이때 특전사령관이 노태우정호용. 시위에 대한 무력진압은 강풀의 26년에서 묘사된 내용에 고개가 저어질 정도로 참혹했으며, 이렇게 간단히 말하기 부끄러울만치, 수많은 광주시민이 희생되었다. 진행개요는 여기서 보세요.

<제6공화국>
▶ 9차 개헌 (1987. 10. 29) : 전두환 정권. 그리고 노태우에게 인계됨.
- 대통령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제가 다시금 국민 직접선거제로 바뀜. 임기 5년. 재선 불가.
- 국회 국정 감사권 회복.

가장 환영받았던 개헌. 이 헌법이 지금에 이른다.


그해, 1980년 5월로부터 27년.
이렇게 여태까지의 개헌내용을 살펴보면 정말이지 참 어렵고 험하게도, 그러나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도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자라왔다. 그리고 5.18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꽃처럼 남았다. 아직도 '항쟁'이 아닌 '운동'이라는 말이 뒤에 붙고, 북괴의 음모와 사주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며 귀를 씻고 싶은 잡소리를 늘어놓는 낫살 허탈한 작자들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고작 27년 전의 일을 아주 고대적 같이 느끼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 저런 시대 다시 안 올거라느니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느니 참 간단히도 말한다. 학교서 제대로 안 가르치는 탓인가, 그저 피와 눈물로 밭이 일구어진 후에 태어나 그 작물만 삼키며 살아온 탓인가. 나 역시 그 밭에 피나 눈물 보태지 못한 나이이지만, 어느날 가뭄 들고 땅 쩍쩍 갈라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지금의 농부는 나이리라. 솔직히 쟁기 한 번 안 드는 걸 별스럽잖게 여기는 애들 보면 화난다. '난 투표 가튼 거 안 해'같은 소릴 하면서 어째 그래 자랑스런 얼굴이냐?

오늘 노대통령이 5.18 기념행사에서 연설한 기념사를 들으며 새삼 대통령 잘 뽑았다 싶더라. 군부 쿠데타 세력 시절에 불순분자들의 ‘사태’로 구분되다가 김영삼 정권에 와서야 비로소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된 5.18이지만, 역대 대통령 중 현직 대통령으로서 5.18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참석을 제외하면 임기 내내 매년 참석한 노대통령뿐이다. 대한민국 건국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대통령 직접선거가 10번 있었는데, 이 중 이승만 당선이 세 번, 박정희 당선이 세 번, 그 뒤로 네 번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렇다. 부정선거나 재임을 위한 개헌 등으로 얼룩지지 않고 참 고되고 힘들게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9차 헌법 개정에 의해 국민직접선거제가 된지 15년 만에 진정한 의미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노무현대통령이니 나는 이 사람에게 표 보탠 게 참 자랑스럽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참석자들과 같이 부르는 대통령. 자랑스러운 김에 노대통령이 '0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5.18 기념식때 남겼던 기념사 링크해본다. 5.18을 승리의 역사라 말하며, 피흘리며 죽어간 광주시민들이 부르짖은 민주주의의 정신을 기리는 이 다섯 연설문들은 꼭 역대 대통령들이 매년 그 자리에서 했어야 할 말을 갚는 듯 느껴진다.

5.18 민주화운동 제23주년 기념사
5.18 민주화운동 제24주년 기념사
5.18 민주화운동 제25주년 기념사
5.18 민주화운동 제26주년 기념사
5.18 민주화운동 제27주년 기념사

다음의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 참석할까. 하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남은 이야기.
우연찮게도 집 근처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우리의 슬픈 역사와 인권에 대해 너무도 가슴 가까이 외침을 질러오는 이 만화를, 당신에게 권한다. 5장의 5.18 이야기에서는 특히 눈을 뗄 수 없었다. 관련기사는 이쪽. 책 정보는 이쪽.




by laystall | 2007/05/19 04:03 | 02 | 트랙백(2)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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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Prismaticall.. at 2007/05/19 10:39

제목 : 코메디 속의 세상 대한민국...
어제는 29만원씨가 참 대단한 일을 벌였던 5·18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바쁜일로 정신없이 지나다보니 어영부영 지나게 되었습니다만... [관련기사] : 20대 39%, 5.18 "잘 몰라" 이걸 보고 나니 도대체 뭐라고 해야될지 머리가 멍합니다. 괴멸되어버린 공교육을 탓해야 되는 것인가요. 아니면 암기120%의 사교육을 욕해야 되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대학입학을 인생의 목표로 여기는 부모를 매도해야 되는 건가요??? ......more

Tracked from SeaBlue in P.. at 2007/05/22 14:08

제목 : 시대는 바뀌었을까요
그리고 27년째─laystall 님 1980, 5, 18의 진행개요.─히요 님 많은 분들이 '세상이 예전과는 다르다' '이제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시대는 바뀌었을까요. 학살을 저지른 당사자는 지금도 잘 먹고 잘살고 있고 많은 이들이 '박통 때가 좋았지'라고 합니다. 시대는 바뀌었을까요. 지금은, 5.18에 희생된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그런 시대일까요. 덤-매년 9.11 때는......more

Commented at 2007/05/19 04:1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young026 at 2007/05/19 18:22
80년 5월 특전사령관은 정호용이었습니다. 노태우는 당시에는 수경사령관이었던가 그렇고, 12.12 당시 최전방에서 멋대로 병력을 빼돌린(...) 9사단장이었죠.
Commented by laystall at 2007/05/19 18:56
비공개 /
:) 응. 다행.

young026 /
아. 그렇군요. 잘못 알고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
Commented by SeaBlue at 2007/05/22 13:50
그래도 전두환은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시대는, 과연 바뀐 걸까요.
Commented by laystall at 2007/05/23 12:43
SeaBlue /
그러믄요. 마냥 어둔 세월 다시 안 온다는 사람은 딱하지만, 세상은 바뀌었고 말고요. 더 바뀌어 가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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