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0일
061210 깨달음은 개뿔


어느날 지하철 승강장에서.



은둔자는 이른바 '더러운 세상으로부터 등돌려 표표히 홀로 고독하신 분'이 아니라, 온갖 미혹과 욕망이 번잡한 속에서 끝내 더러움에 손대고야 말 약하고 비열한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떨어뜨려 놓으시는 분들이라 알고 있다. 자신에 의한 그 구금은 괴롭고 외로운 것이며, 그렇기에 그것을 수행修行이라 부르는 것일 테다.

그렇지만 종종 이러한 속세로부터의 떨어짐이 '더런 세상 멀리 기운청정한 어딘가로의 해탈'이나 '벌레 하나의 목숨도 해쳐지지 않는, 아이도 어른도 해맑게 웃는 세계로의 이동'과 같이 묘사되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더러운 속세로부터 떨어져 깨끗해진다-라니 어지간히도 속편한 소리랄밖에. 더러운 것은 세상이 아닌 자신이다. 자신이 더럽기에 어디엘 가도 그 더러움이 떨쳐지지 않는다. 세상이 더럽기에 자신이 물들었으며, 깨끗한 곳에 다다르면 이내 자신도 깨끗해진다니 그게 어른이 할 소리냐.

잡스런 세상으로부터 떨어지면 선한 웃음이 절로 나오고 말과 행동이 순해진다-고 자랑스레 웃음을 띄워올리는 잡스런 치들은 피와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말을 건다. 세상이 참 더럽다고, 우리 같이 티없고 맑은 곳으로 떠나자고. 깨달음을 얻으면 싸움도 고통도 없다고. 깨달음은 개뿔. 세상은 당신들에게 업수이 여겨질만큼 더럽지 않아.



by laystall | 2006/12/10 03:35 | 04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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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팬더 at 2006/12/10 04:44
정말 웃기는군요. 은둔자는 모든것을 버리고 홀로 아무도 없는곳에서 사는사람 일텐데...
저건 완전 그냥 산속에서만 계속 살아온 시골 청년 2명인것 같은 느낌이군요.
Commented by Frozenblue at 2006/12/10 08:31
지하철에 붙어 있는 깨달음들을 보면 반면교사로서의 깨달음을 주는 경우가 더 많더군요. 저런 생각은 하고 살지 말아야지... 라고.
Commented by  슈 at 2006/12/10 11:06
서울 지하철에서도 봤습니다 저건 (...)
Commented by 검쟁이 at 2006/12/10 14:09
오오~그런 시각으로 보는것도 좋군요;;;쿨럭;;
Commented by nippang at 2006/12/10 19:45
얼마전에 심리학책인줄 알고 집었다가 현자들이 잔뜩 나오는 바람에 바들바들 떨며 읽은 책이 기억나요.
집은 책은 다 읽자 주의라 그걸 다 읽기는 했는데.
지나가다가 사형직전의 도둑대신 죽어'주'었다. 라던가.
강연을 부탁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답니다. 라던가.
뭐야 이거!!!
Commented at 2006/12/10 21:5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키리에 at 2006/12/11 00:09
아닛.. 완전 가슴을 울리는 명언이었습니다. 사진속 글을 보고 '음 그렇군..'하고 있던 저에게는 대반전이자 깨달음.. 선배님 혹시 절에서 수행을..?
Commented by 폴리시애플 at 2006/12/11 01:38
벽돌 대신 황금이라던지로 바뀌어 있다면 과연 어떨까요 왠지 양보하는 장면을 상상을 할수가 없는건 제 상상력의 부족 일려나요(먼눈)
사실 세속적이라는건 좋은거죠 저도 저런 이야기는 싫어합니다^^
Commented by ㅇㅅㅇ at 2006/12/11 04:04
......멋진 글이외다.

딱히 할 말이 없...-_-b
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12/11 18:11
공감합니다. ^^
Commented at 2006/12/12 01:4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12/12 12:44
팬더 /
'이 무슨 히키코모리 콤비인가' 싶은 기분이 들더군요.

Frozenblue /
재미있는 것도 많지만 가끔은 좀..

슈 /
전국 공통인 겁니까. 그랬쿠나..!

검쟁이 /
아직도 기침하심까..

nippang /
무서운 현자들..! 무욕을 희구한 끝에 어느 경지에 이른 분들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저땐 쪼금 삐딱히 보이더이다.

비공개 /
제게도 어렵슴다. orz

키리에 /
절에는 감주 얻어먹으로 갔던 기억밖엔..

폴리시애플 /
이게 싸움이다라며 관절기를 가르쳐 주고 싶은 두 사람입니다.

ㅇㅅㅇ /
-ㅂ-)/

마른미역 /
감사합니다. :)

비공개 /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 오리등을 먹고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아직 없다는군요.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할인되고 있는 닭 식품을 향유할 기회입니다. 나이스..!
Commented by RUIN at 2006/12/14 13:49
큭큭큭큭... 웃다가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저렇게 숫기없어서 인생 어떻게 살아오신걸까. 그래서 은둔한거 아냐?'a

그나저나 정보처리실이라서 대놓고 크게 웃을 수가 없었어요;ㅁ;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12/18 04:19
RUIN /
정보처리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시는 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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