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5월 18일
060518 그저 단 하나
이미 바보, 타이밍 등으로 스토리텔러로서 열광적인 지지를 모은 바 있는 강풀님이 4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연재를 하고 있는 작품인 '26년'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국내 가장 큰 포털사이트 중 하나인 daum에서 연재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겠지만, 강풀님의 만화는 일부에게 이른바 '못 그렸다' 말해지는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연출력과 '완전히 구상이 끝난 후에야 작품을 시작하는' 완성도 높은 이야기에 그 인지도가 대단한 때문이다. 나 역시 '타이밍'의 전개에 손을 떨고 '바보'의 연출에 눈물 지었던 한 독자로서 현재 연재중인 '26년'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재삼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이라는 날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것이기도 하며 한편으로 이 만화가 가지는 용기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이다.

연재 전 예고편의 말미에서 작가는 '이 만화의 내용은 허구이며 실존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픽션'이라 고해두고 있지만, 이 선언은 삿된 시비나 말썽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보험이나 눈가림이라기보다 작중 주인공들의 묘사에 가감되는 창작적 요소에 대한 선언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가장 최근 업데이트 된 특별편 '26년을 이야기 한다'에서 작가는 이를 팩션(faction)이라 다시 말한다. 역사적 사실과 배경은 사실(fact)이며 거기에 창작(fiction)이 더해진 것이라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말미암은 각자의 한을 깊이 품고 있던 주인공들이 그 한풀이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개지만 이렇게 간단히 요약하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이야기는 무겁고 한은 깊다. 그리고 그 한의 모습들은 창작의 손길을 통하였으나 실제의 경우들에 기반한 것이라 작품은 외면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다. 더하여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사례들이 '실제보다 덜했으면 덜했지 과장되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말한다. 그때 거기서 그런 일이 있었다. 이 작품은 허구이며, 사실이다.

29만원 선언을 두고 플스2도 못살 거라 비아냥 대던 사람들도 숱했고 살인마 전두환을 처단하라는 목소리도 흔했다. 그러나 그는 하늘 아래 자유로워졌고 팬클럽이 만들어졌던 세월마저 지나 여전히 자유롭다. 작가는 총을 겨눈다. 등장인물들은 살해를 모의하고 있고, 표적은 전두환 전대통령이다. 멀찍이 떨어져 구경하며 '때가 어느 땐데'라고 작가의 안위에 대한 우려를 기우라 하는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말하고 만든다는 용기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작품의 목적이 실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핍박이 아닌 망각하지 말아야 할 역사에 대한 상기라 부러 밝혀두어져 있다 해도 말이다.

어느날 그 자의 귀에도 들어갈 '인터넷에 각하를 시해하는 내용의 만화가 나오고 있다' 보고는 앞으로도 언제까지고 살인마일 전두환씨에겐 별 뉴스거리도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것이다.
지금도 그 슬픔과 한이 유효하기에. 그렇기에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에.













▷ '26년' 읽기









작품이 상기시키려는 것은 미움이 아니며, 또한 눈먼 증오의 생성이 아닌 것을 알지만 굳이 덧붙인다.
바라노니 떨고 울며 죽어라. 전두환 전대통령.
by laystall | 2006/05/18 03:58 | 02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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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utena at 2006/05/18 19:33
딴건 안 바라고, 죄를 뉘우치든가, 아니면 만족스런 처벌을 받든가 이 둘중의 하나만 이루어지면 좋겠는데......는데.....참 거시기함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05/18 21:02
utena /
하늘의 그물이 성긴 듯해도 놓치는 것이 없다.. 진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그저 흰소리인 것만도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Commented by シカ at 2006/05/19 00:19
죄 지은 자는 언젠가 그 죄값을 받는다고 믿으며 살고 있습니다.
받겠지요. 어떤 방식으로든 "정의"는 존재할테니까요..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05/19 09:09
シカ /
그렇다 믿습니다.
Commented at 2006/05/19 17:44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05/19 23:34
비공개 /
잘됐습니다. :)
Commented by 김철 at 2006/05/21 20:10
"남의 눈에 눈물을 흐르게 하면 언젠가 자신의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게 된다"라는 말이 있지요.
언젠가 저들이 보게 될 것은, 피눈물 정도로 그치지 않을 겁니다. 결단코.
Commented by laystall at 2006/05/21 21:03
김철 /
역사에 대한 교육과 각성에 이 만화의 목적이 있다해도, 현재의 전개와 그에 따르는 묘사에 작가가 느낄 부담은 쉬이 상상하고 짐작이 갈만한 것이 아닐겁니다. 그 싸움을 보며 자세를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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