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4일
이 포스팅은 노무현 대통령님의 임기가 끝날때까지 최상단에 위치합니다. -퇴임하셨기에, 흘러갑니다. ▷ 내용 읽기 2년 정도 전에, 한창 노대통령님에 대한 비난이 여기에서도 저기에서도 쏟아져 나올적에. 그리고 넷 상에서 치졸한 공작이 이루어질 때에 분통을 터뜨리며 아래의 글을 게시했습니다. 메신저의 닉도 '나는 노무현대통령님이 자랑스럽다'로 바꾸고, 이 역시 노대통령님의 퇴임까지 그대로 두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도 노대통령님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여전합니다. 임기말에 개헌을 위한 행보를 견지해나가시는 노대통령님을 응원하고 있고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 역시 나날이 정도가 심해집니다.
별반 논리도 근거도 없이 분에 받혀 타자쳐댄 덜 된 글이라, 어쩌다 다시 읽을 적마다 다분히 민망했습니다. 또 무언가 그리거나 쓰는 것에 앞서 '그래애, 나 노빠다'라고 블로그 머리부터 방문자분들께 선언해 둔 이 글이 무겁게 생각되기도 했지요. 그랬습니다.
그렇더라도, 제가 본 가장 훌륭한 정치인이며 닮고 싶은 한 인간상을 보여주시는 노대통령님을 지지하는 마음은 항상 같았습니다.
노대통령님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현 정권에서 개헌이 어렵다면 다음 정권에서라도 개헌의 약속을 받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노대통령님을 보며 새삼 지지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저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님이 자랑스럽습니다.
2007. 3. 9▶ 내용 읽기예를 들어,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를 목격했다 쳐보자. 혹은 거리에서 일방적이고 부조리한 폭력의 현장과 마주친다던가. 또는 다짜고짜 주위 불특정 다수에게 욕설을 퍼붓고 행패를 부리는 취객의 옆을 지난다던가. 그만저만한 일상 중 불시에 출현하는 위협으로부터 횡액을 당하지 않는 대처법은 간단하다. 입을 다문다. 가능하다면 해당 지역을 벗어난다. 보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눈을 돌리고, 흙탕물이 튀는 듯한 욕설이나 은근하고도 확연한 위협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집중한다. 난 이 모든 불의와 부조리가 넘쳐나는 세계에서 천년쯤은 살아왔다-는 듯한 반안으로 위악을 덮어쓰고는 매일 보고듣는 일인 양, 지긋지긋하다는 듯한 눈매와 입꼬리로 시선과 걸음을 돌린다. 침묵하면 악은 당신을 핍박하지 않는다. 악의와 비열을 적으로 만들지 않는 가장 간단한 방법. 침묵한다. 개입하지 않는다. 악의를 적으로 인지하지 않는다. 바꿔 얘기하면, 악과 비열이 능멸하려 하고 적대하는 것은 언제나 악과 비열을 적으로 여기어, 그에 대항해 싸우는 자 뿐이라는 이야기다. ㅋ 노빠 님 생각 / 2004.07.20 우리 살짱 유영철님을 당장 석방하라!!!!!! ㅋㅋ 한창 유영철 건으로 시끄럽던 어느 때 어느 기사의 어떤 '덧글'. 지금도 저와 비스무레한 거라면 지천에 흔하다. 한꺼풀도 덮이지 않은 비열과 야비. 비열한 자들에게 미움받거나 공격받지 않는 법은 간단하다. 상관치 않으면 된다. 누구나 그런 경험은 있다. 다시 말해 이 악이 능멸하려 드는 자가 정의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 라고 한다면 당신은 비약이 심한 이야기라 말할까. '리얼 월드'에서 한번 사람 눈길 받아보길 소원하다 기어이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에 손떨며 기뻐하는 가련한 인생을 두고, '박사모‘니 '사이트 담당제’니 '108개조 여론몰이'니 등등을 재깍 연결해 생각해 버리는 것은 경솔하다면 경솔한 이야기겠지만, 그것뿐이라면 '노빠'는 필요없었겠지. 사실, 보다시피 누군가를 속인다- 라고 할 수 있을만한 것도 아니다. 뇌에 남부럽잖을 만큼 주름이나마 잡혀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 누군가 '노빠'나 그 비스무레한 필명으로 만인의 공분을 살 말을 싸질러 놓고 튀어버린다 해도, [노무현 빠돌이나 추종자는 저런 소릴 해대는 개새끼구나아]하고 한큐에 끄덕끄덕할 만큼 멍청한 작자는 있을 리 없다. 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어딘가의 누군가에게라면. '절대 그럴 리 없는 일'이란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라면, 또는 확신이라는 정신활동 자체에 접근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 혹은 이미 마음에 청사진이 그려져 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면 그 마음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진이 감광되듯 남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저와 반대의 경우를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박사모'나 '청계'라는 필명으로 모녀 살인사건 기사 아래 [모녀끼리 잘 뒈졌삼 ㅋㅋㅋ]같은 걸 봐야겠다, 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보기에, 어디가 지저분한 짓을 하고 있고 어디가 더 양식 있는 쪽인지는 어렵잖게 미루어 짐작할만하다는 말이다. '검사와의 대화' 때 난 어떻게 저리 멋진 분이 우리나라 대통령이 다 됐대냐며 펄쩍펄쩍 뛰었었다. 아직도 여전하다. 임영태 - 대통령은 동창회장같으면 안되는 걸까?대통령으로서의 노무현의 능력, 참여 정부의 개혁 논리에 대한 공감이나 반대, 지난 일 년간의 국정 운영에 대한 만족이나 불만, 견해 차이 좁혀지기 힘든 이런 문제들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 이 점을 한번 이야기해 보자. 대통령은 동창회장 같으면 안 되는 걸까?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한 동창회장이 투덜거린다.
'내 딴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다들 불평만 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남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다 우리 동창회 잘 되게 해보려는 건데 해도 너무들 한다. 정말이지 동창회장 못해 먹겠다.'
이러면 옆에서 듣는 사람들은 대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혹 그 동창회장이 열심히 했다는 자신의 말과는 달리 정말 욕먹을 짓을 많이 한 형편없는 작자일 경우라도 넋두리하는 것 자체를 동창회장답지 않다고 하진 않는다. 동창회장도 사람인 만큼 억울하다고 투덜거리는 말쯤이야 아무튼 서로 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도 그 자체를 뭐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은 안 된단다. 어떻게 대통령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일부에서 난리가 났었다. 가볍다, 불안하다 하는 말들도 나왔다. 동창회장은 되지만, 동네 이장은 되지만, 상조회 회장은 되지만, 일국의 대통령은 억울하다거나 힘들다는 얘기를 그리 쉽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시 따지려 들고, 즉시 반성하고, 매 사안마다 시시콜콜 설명하며 이해를 구하려 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안해 보인단다.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된단다.
그럼 어떻게? 적어도 면전에서는 여유 있게 웃고, 당당하게 지시하고, 자신감 있게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겠지. 사소한 다툼과 조정은 아랫사람에 맡기거나, 설사 자기 입으로 말하더라도 대등한 급의 인사들이 모인 은밀한 자리에서나 할 일이지 그렇게 전 국민이 듣는 자리에서 '징징거리는' 건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겠지.
그래, 그런 초연한 모습들 많이 봐 왔다. 군대에서 부대를 시찰하던 사단장이 애로사항 있으면 말해 보라고 할 때 갓 전입온 이등병이 뭔가 건의를 하면 사단장은 의연히 웃으면서 다 들어준다. 그리곤 용기를 내라는 격려까지 해주고 돌아선다. 사단장이 돌아간 후 그 이등병이 어떻게 됐는가는 말하지 않겠다.
박정희식의 리더십을 원하는 건가?
이런 이야기도 생각난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을 순시하던 중 어느 시장인지 도지사인지가 사소한 결례를 하였는데 박 대통령은 그의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다는 듯 넘어갔다. 그러나 자기도 모르게 잠깐 눈살을 찌푸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 찌푸린 표정을 경호원이 놓치지 않고 보았던 모양이다. 박 대통령이 돌아간 후 일개 경호원이 그 시장인지 도지사인지 하는 분의 조인트를 어떻게 했다더라 하는 말도 세세히 덧붙이지 않겠다.
과연 높으신 분들은 그러했다. 높으신 분들은 결코 국민의 면전에서 화를 내거나 불평을 하지 않았다. 힘들다느니 억울하다느니 하는 촌스러운 항변은 말할 것도 없다. 높으신 분이 어찌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을 함부로 노출하여 그 삼엄한 권위에 먹칠을 한단 말인가.
하다 못해 병장이 이등병을 훈계할 때도 상병을 불러 '쟤, 교육 좀 시켜야겠다' 하지 '죽도록 패버려라' 하지 않거늘, 더욱이 이등병을 상대로 논쟁을 벌이지는 않거늘, 그래,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고 다녔으니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아무도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 앞에서 오금을 저리지 않았다. 없는 데서는 나랏님도 욕한다 했는데, 지금 그를 욕하기 위해 은밀한 곳을 찾는 사람은 없다. 노무현이 그 친구, 노무현이 걔, 야당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이런 말이 나온다.
노대통령은 눈앞에서 하는 말과 행동이 전부이므로, 그가 돌아선 후 그의 아랫것들이 조용히 호출할 일이 없으므로, 그에게 한번 대들기 위하여 가족들 안위 걱정해가며 비장하게 갈등할 필요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체 왜 스스로 자기 권위를 무너뜨리는 걸까? 왜 그렇게 일일이 설득하려 들고, 설명하고 싶어하고, 조금만 이해 받지 못하면 공개토론 하자고 나서는 걸까. 그것도 모자라 재신임까지 받겠다 하는 걸까. 이제껏 이렇게 촌스러운 대통령은 없었다.
이제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기분이 좋은지 우울한지, 자신감에 차 있는지 힘들어하는지 다 안다. 청와대의 최 측근이나 알던 대통령의 심기를 국민이 다 안다. 그러니 조마조마한 것도 사실이다. 잘 돼 가고 있겠지 뭐, 그래도 대통령인데 무슨 복안이 있어도 있겠지, 이렇게 막연히 낙관하면서 좋은 게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뭔가 안 풀리고 있구나 싶어 함께 어두워지고, 대통령이 잘 될 것 같습니다 하면 그제야 겨우 안심이 된다. 그의 말은 액면 그대로인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의 말 하나에 국민들은 일희일비하게 된다. 국민으로 사는 거 쉬운 일이 아니게 돼 버렸다.
아아, 그러나 말해 보자, 나는 얼마나 이런 대통령을 기다렸던가.
투표할 수 있는 나이가 되던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줄곧 기다려온 대통령은 한 마디로 연설 원고를 직접 작성하는 대통령, 가끔은 분위기에 고무되어 즉흥 연설도 하는 대통령이었다. 자신의 감정과 논리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 연설을 나는 듣고 싶었다.
자신의 감정과 논리 있는 대통령을 기다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나는 대통령의 국민담화문이니 신년사니 하는 것에 단 한 번도 귀기울여본 적 없다. 거기엔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대통령의 마음도 없고 나라 돌아가는 사정도 담겨 있지 않다. 누가 써도 비슷해졌을 구태의연하고 뻔한 문장들만 지루하게 이어진다.
그러니 내게는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그 마음의 무늬와 빛깔까지 고스란히 읽혀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다. 함께 술 한잔 마시고 싶고, 자장면 배달시키며 내기 당구라도 한번 쳐보고 싶은 대통령은 노대통령이 처음이다. 그는 장막 저쪽에 뜻 모를 미소로 무게 잡으며 앉아 있는 높으신 분이 아닌 것이다.
인간적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동네 아저씨 같아 편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인간적이라거나 친근한 분위기 같은 게 대통령직에 꼭 필요하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진실의 소통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자기 감정과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여차하면 공개토론을 벌이자 하고 힘들다는 말도 아주 쉽게 꺼내는 것은, 그가 단순히 통치만 하겠다는 게 아니라 포장되지 않은 자기 내면의 진심 그대로를 갖고 국민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카드를 모두 꺼내 보이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국민을 설득하려 들고, 좀 밀어달라는 부탁도 해 보고, 이해 받지 못하면 곤혹스러워하고, 일리 있는 지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니까 그건 내가 좀 잘못했던 것 같다'고 반성도 아주 쉽게 잘 한다. 그렇다고 순한 것만도 아니고 고집은 또 보통이 넘어서 어떤 일들에 대해서는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이 문제는 일단 날 좀 믿어 보라'면서 짜증을 내기도 한다.
이런 대통령은 분명 영웅적인 지도자는 아니다. 진실하게 소통하고 솔직하게 반성하면서 함께 비전을 논의해 보자고 하는 태도는 이삼백 명의 지인들이 모인 동창회 회장에나 알맞은 태도다. 그러나 말이다, 대통령은 동창회 회장 같으면 안 되는 걸까?
동창회장과 대통령의 자격 요건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천만 명과 사백 명을 상대하는 지도력에는 분명 차이가 있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만약 추진력이나 결단력이나 비전의 스케일 문제 같은 거라면 노대통령에게 그 점이 결여돼 있지는 않다.
그룹 총수를 질타하던 청문회 스타로 등장해 3당 합당을 거부한 꼬마 민주당 시절을 거쳐 바보 노무현이란 말을 들으며 지역 감정에 도전했다 실패하고 또 일어나고, 역전의 드라마 같은 경선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된 오늘날까지 그의 뚝심과 배포, 단호한 결단력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다만 사천만 명을 상대로 하는 지도자에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면 바로 앞에서 이야기한 솔직 담백한 소통 방식이다. 노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겐 이러한 스타일이 뭔가 무게가 없고, 즉흥적이고, 변화무쌍하게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야말로 국가 지도자상에 대한 길들여진 편견 아닐까? 왜 우리는 '유연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대신 동창회장 수준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간곡하게 설득하고, 시시콜콜 전후사정을 설명하는 대통령을 가지면 안 되는 걸까. 그런 모습이야말로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음 속에서 바라고 있던 인간적 지도자상이 아니었던가.
만약 그래도 뭔가 미덥지 못하고 가벼워 보인다면 이제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어떤 헌신성으로 자신의 권위를 버리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미안하지만 군대 경험의 예를 한번 더 들어보겠다.
요즘에야 어떤지 모르지만 내가 군에 있을 때만 해도 졸병들은 구타를 포함해 여러 가지 굴욕적인 모멸감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졸병들은 대개 이런 결심을 한다. 내가 고참이 되면 절대로 하급자를 때리지 않고 인간적으로 잘해 주겠다. 그러나 막상 고참이 되어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우선은 좀 억울한 것이다. 이제 당하는 시절은 다 끝났고 권력을 누릴 일만 남았는데 스스로 그걸 포기하려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가만있으면 온갖 특혜가 따라붙는데 기존의 관례를 바꾸면서까지 고참의 권리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차츰 기득권의 맛에 젖어가다가 나중엔 자기가 욕하던 상급자와 하나도 다를 게 없이 생활하게 된다. 대다수가 그렇게 되지만 자신에게 엄정한 사람들은 조금 더 버틴다. 고참의 특혜를 포기하면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내무반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 보면 생각지 않은 문제들이 생긴다. 고참이 특혜와 강압을 포기하는 순간 하급자는 무례해지기 시작한다. 무례까진 아니라도 고참의 예우에 소홀해진다.
관례와 악습의 구태를 언제까지 답습할 것인가
강한 절제로 권력의 맛을 포기하면서 그간의 관례적인 모든 악습까지 없애고 나자, 그 대가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예우가 돌아오는 게 아니라 고참과 졸병이 따로 없는 너무 민주적인 내무반이 되고 만다. 때론 고참이 실수 좀 했다고 기어오르는 졸병도 생긴다.
이때쯤 되면 고참은 추억의 야간 집합을 실시한다. '줄빠따'가 돌고, 내무반은 다시 권위적인 통치 구조로 돌아간다. 특혜는 몰라도 고참 대접까진 받고 싶었기에, 내무반 전체보다는 아직 자기 입장이 먼저였기에, 자기가 만든 평등 구조를 스스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이것까지 넘어서는 사람도 있을까? 없지 않다. 자신에게 불리한 평등 구조를 기꺼이 수용하고, 그래서 가끔 하급자와 티격태격하기도 하면서, 설득하기도, 부탁하기도, 때론 짜증도 내면서, 자기 권위보다는 내무반 전체의 개혁과 새로운 질서 정착에 더 마음을 쏟는 사람도 있다.
그는 외롭고 불편하다. 권위가 사라지고 평등 구조가 정착되는 순간 사람들은 그게 누구의 인내로 이루어졌는지는 관심도 없이 어쩌다 고참이 한 마디 충고하면 잔소리로 생각하고 혹은 재수 없어하는 것이다. 권위를 포기한 사람이 가장 먼저 그 타격을 받는다. 새로운 질서는 그렇게 스스로 권위를 버린 사람의 쓸쓸함을 딛고 자라난다.
이 쓸쓸한 고참이 현재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으로 보인다. 한번 돌아보자.
'검사스럽다'라는 수치스런 신조어까지 듣던 검찰이 근래엔 시민에게 보약을 선물 받을 정도로 수사권 독립을 이루어 성역 없는 수사를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검찰 스스로의 노력이었던가?
노대통령이 검찰을 놓아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노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정권 유지의 칼로 이용했던 검찰을 놓아주었고, 그로 인해 지금은 검찰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불평을 토하기도 할 정도로 검찰 통제권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
간단 간단하게 말하자. 노무현 정부가 지금 국정원이나 국세청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며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그 동안 국민들이 체념하면서 인정해 버리던 불법 선거 자금이나 정경유착의 부패 고리도 앞으로는 상당 부분 없어질 것이다. 어느 간덩이 큰 정치인이 손을 내밀겠으며, 달라한 들 줄 기업이 있겠는가.
무엇보다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목에 힘 팍 주고 '나, 대통령이야' 하는 태도를 보이면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현재 노대통령을 가볍게 보든 불안하게 보든, 이제 그를 통해 권위주의의 해체를 경험한 국민들은 다음에 어떤 대통령이 섣부르게 무게 잡으며 국민을 내려다보는 태도를 보이면 그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소란하고 말 많았던 지난 일 년 동안에 노대통령이 해 놓은 것들이 이런 것이다.
내가 보기에 노대통령을 공격하는 야당, 언론, 경제계, 몇몇 보수 논객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이런 권위주의의 해체다. 이에 대해서는 시인 노혜경이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은 그가 대통령이 되는 순간 90% 이상 달성되었다'고 말하며 날카롭게 분석한 바 있다.
노혜경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의의를 '지배계급의 결정적 교체'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현재의 기득권층과는 출신성분이나 가치 지향이 전혀 다른 노대통령의 상징이 그 직설적인 말투에 들어 있으므로 그의 말 한 마디마다 집요하게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한다.
한 마디로 그 동안 온갖 특혜를 누리던 귀족적 지배계급이 서민 대통령의 당선으로 시작된 권위주의의 해체로 해서 기득권에 위협을 느끼자 노대통령의 솔직하고 서민적인 표현법에 '가볍다' '불안하다'라는 딱지를 붙여가며 대통령 부적격자라도 되는 양 몰아붙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노대통령을 가장 집요하게 공격하는 자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단 하나, 이 사회 속에서 '권위'라는 게 사라지는 일이다. 실제론 권위주의지만 겉으론 그럴싸하게 권위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들.
국회의 권위, 검찰의 권위, 언론의 권위, 기업인의 권위, 학자의 권위... 이런 권위의 커튼이 사라지면 아무나 친구하자 맞먹고 기어오를지 모를 일. 그리하여 특혜가 사라지고, 복종이 사라지고, 우러름이 사라진다. 기득권에 젖어 살아온 사람들에겐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권위 없는 대통령이 아니라 권위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대통령이 권위 없는데 어찌 자신들이 권위를 내세울 것인가. 고상하게 말하면서 고상한 대접을 받고, 무게를 잡으면서 무게를 인정받아야 되는데, 노대통령은 그것을 허물어뜨린다.
그 자체로 존중하고 대접받아야 할 '존재 자체적 권위'가 없어지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단일한 기준으로 그때그때 판단의 대상이 되고 시비꺼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 그들은 두렵다. 권위는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존재 기반이요 보호막이다.
권위의 해체를 통한 광장을 꿈꾼다
권위가 해체되면 특권적인 그들만의 나라와 저잣거리 서민의 땅 사이에 경계가 사라져 버린다. 노대통령을 반대하고 공격하는 자들이 그에 대하여 단순한 정적 이상의 거의 원한에 찬 증오심을 보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렇다, 작금의 상황은 이념이나 정파의 대립이 아니다. 이 대결은 여당과 야당의 대결도, 좌파와 우파의 대결도, 진보와 보수의 대결도 아니다. 최병렬 대표의 말처럼 친노와 반노의 대결인 것은 분명한데, 그것은 개인 노무현이나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권위적인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는 개혁 세력과 귀족적 권위를 방어하려는 세력간의 친노, 반노이다.
이는 그리하여 국민이 니편 내편으로 분열하여 싸울 일 또한 아니다. 보통 사람의 나라를 꿈꾸는 대다수의 국민에 대항하여 소수의, 숫자는 적지만 현실적인 힘은 거대한 기득권 지배계급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이제 일부 귀족 언론이 교묘하게 오도한 이념 대결 구도에 맞춰 자신의 온건한 의식을 저쪽에 기울어뜨렸던 분들, 지배계급도 귀족적 권위주의자도 아니요 합리적 보수주의자이었을 뿐인 그 분들도 하루빨리 이 참신한 개혁 마당으로 건너와야 할 것이다. 그런 변화가 보이고 있다. 무모한 탄핵 시도가 지금 거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소설가 임영태는 1958년 경기도 전곡에서 태어났다. 92년 문화일보에 중편소설 <추운 나라의 사람들>로 등단했고 93년 장편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를 냈고, 94년에는 장편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그외 작품으로는 <비디오를 보는 남자> <달빛이 있었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등이 있다.
2004/03/16 오전 10:35 ⓒ 2004 OhmyNews 나는 우리나라 노무현 대통령님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 추가로 신해철 형님이 올렸다 안올렸다 의견 분분했던, 신해철 형님 홈페이지에 '마왕'이란 아이디로 올라왔던 글을 올려둔다. 해철형님이건 아니건, 마음을 두드린다. 어느 대통령 나부랭이가 카드도 안되던가요?저는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 요즘 어지간하면 세상사에 조금 떨어져 있을라 마음먹고 있는 즈음, 날만 세면 들려 오는 차떼기 돈 먹기 소식 보면서 한숨 나오는 사람입니다.
거두절미하고 하고 싶은 말 꺼내 겠습니다.
씨바. 왜들 그러십니까?
노무현이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표 송혜교인줄 알고 있었습니까? 현실정치인의 고뇌를 수백번도 노무현은 말했습니다. 그래서 까자고 여야가 다 자유로울 수 없으니 다 까고 다시 새로 시작하자고 그렇게 목놓아 울부짖을 때는 아자씨는 어디 재래식 똥깐 벽에 똥으로 난초라도 치고 있었나요?
세상을 살다 보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옳든 그르든 피터지게 싸우는데 누가 잘못했는지 가늠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씨바 진짜 대가리 뽀개고 싶은 놈들이 너도 잘못했고 니도 잘못했다고 마치 지가 예수님 궁댕짝이라도 되는지 고고하게 판결할려고 드는 놈들입니다. 그런 우를 내려 놓으시길 바랍니다.
대선이 끝나고 나서 입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자신들의 팬클럽이고 온몸을 던져 자신에게 희생해 준 노사모들을 다 부르지는 못하고 경호의 안전상의 이유로 여의도의 맨하탄 호텔에서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마왕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호텔 음식이니 비싸긴 하지만 어디가서 저녁 한끼 못 먹는 사람 없는 요즘 하다못해 봉황새긴 시계라도 나눠 주면 노무현에게 실망해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음 난 노무현이 아니라서 뭐라도 주면 받아서 내 아이들에게 이 아빠의 평생 가장 옳은 선택이었다는 자랑의 증거물로 삼을 생각있었습니다. 젠장)
그런데 수고 했다는 말 몇마디하고 15개정도 안팍의 테이블 마다 돌아 다니면서 사진 찍는 걸로 다 떼웁디다.
거기까지야. 정말 근 일년여 동안 이혼을 불사하고 회사를 말아먹어 가면서 사람도 있고 한 달에 5백만원 벌이마저 팽개치고 안티조선과 노무현을 위해 자신을 던졌던 불암산님 같은 사람도 있었으니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하고 저녁한 끄니야 봐줄 수 있지 않나요? 씨바 시계 하나 안주는데.
문제는 다음에 일어 났습니다.
식대를 계산해야 하는데 이번만은 노무현 당선자가 한턱 낸다는 것이어서 아무도 십시일반을 생각치 못하고 줄줄이 식당을 나섰습니다.
줄잡아 100여명가량의 밥값이 문제 였는데. 노무현 당선자의 카드는 이미 정지 먹었고 그 수행원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나중에 돌려 받았는지 모르지만 노사모의 한 평범한 회사원인 부산의 한 아자씨가 계산했습니다.
역대 어느 대통령 나부랭이가 카드도 안돼던가요?
한 사람 더 말씀 드릴까요? 씨바 민주당에 진짜 할말 많은 사람들 이야기요.
좀 더 뒤로 시점을 이동해서 대선정국 때 노사모중에 충무로에 인쇄소를 경영하는 분이 직접 저에게 해준 이야기 입니다.
'노짱의 선거 포스터와 유인물을 찍어서 보냈는데 민주당에서 돈이 안 나온다. 미치겠다. 내 이문이야 노무현에게 줬다 치고 말면 되는데 하청준 사람들 임금이 문제다' 라며 가슴앓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금액이 대략 일억원이었습니다.
민주당 그렇게 씨바스럽게 노무현 후보를 버려 두고 있었고. 무슨 대통령후보가 돈도 못 만들어 오느냐고 악다구니 놓는 것들과 설렁탕 한 그릇 못 얻어 먹었다고 칭얼대던 씁새들만 그득 했습니다.
심지어는 지구당사에 선거 포스터를 보낼 곳이 없어서 노사모들에게 임시로 지구당으로 등록하고 포스터를 받아 달라고 사정하던 민주당놈들이었습니다. 돈 안주니까 안 움직이는 사고 지구당이 10개가 넘었습니다.
동대문 지구당 허인회와 동대문 노사모들과 노무현의 청량리 유세가 끝나고 떠난 자리에서 맥주한잔 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사람들이 와서 직접 한 이야기 입니다.
제가 그걸 노하우 게시판에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올렸더니 다 뒤집어 졌지요. 다음날 백원호 사이버팀장이 전화 와서 민주당 선거 담당 선배한테 사실은 그렇치않다. 2~3뿐이라며 수습해 달라고 했었습니다.
노무현은 한나라당 이회창과 수구개새끼언론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시부랄새끼들과도 고독하게 그렇게 고독하게 싸우고 있었습니다.
안희정과 이광재 정운재이던가 이 사람들 그 어린 나이에 노무현과 지방경제문제연구소 꾸려가면서 서로 카드 돌려 막기해가며 집에 생활비 한푼 못 갔다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노무현은 애초에 그런건 관심이 없고 후원금이라도 받을라고 지역 유지나 스폰서와 자리를 만들면 쓰잘데기 없는 정치 토론으로 분위기 망쳐 빈손으로 돌아 오기 일쑤였습니다.
정윤재는 사석에서 그날을 떠 올리면서 어쩔수 없이 정말 숨을 쉴려고 푼돈 챙긴 것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라고 했습니다.
열사람을 죽인 사람이나 한 사람을 죽인 사람이나 죄질이 같다고 했지요?
한사람은 우발적으로도 죽일 수 있고 내가 살려고 바둥대다가 그 바둥되는 서슬에 넘어진 놈이 죽을 수도 있는데 그게 살인이 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사람을 죽인놈은 다릅니다. 이미 살인의 추억이 몸에 가득 베여 사람죽이는 재미를 아는 놈입니다.
전자가 생존을 위해서라면 후자는 재미삼아 도락적 살인에 몰두하는 것이지요
그게 같은 죄질입니까?
씨바 그래서 법에도 정상참작이란 것이 있는 것입니다.
어디서 허접대기 쓰레기 조선일보의 개구라를 들고 와서 이놈도 저놈도 같다느니 하면서 예까지 와서 물타기 하는 지랄 하지 마십시요.
한나라당 처음에 돈 안받았다고 개쇼벌리고 쌀뜨물 다이어트로 엉까면 그게 감춰 졌나요?
국회 예결위는 뒷전이고 방탄국회에 하나 터지면 나는 모른다. 분명 지구당마다 몇억씩 받아 처먹었을텐데 나는 몰랐다.
당신이 지금 화내야 할 부분은요.
연쇄살인범이 절도범을 수사 하겠다고 방방뜨고 있는 저 현실입니다. 단지 액수가 많아서 연쇄 살인범이냐구요?
한나라당의 전신 신한국당. 민자당.또 그 맨앞줄 민정당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했다는 거 당신 모른다고 할겁니까? 전두환 통장에 정말 30만원 밖에 없다고 믿는 쪼댕이라면 화면 닫으십시요.
그 다음 위크신 대통령 노태우. 지가 대통령때 해먹은 돈에 대해 법으로 추징금 4천8백억 추징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떵떵거리고 삽니다.
김영샘이 아들 김현철 백8십억인가 처먹다 들켰습니다. 김홍일이 아파트 베란다에 수십억 수백억 놓고 감상하다 걸렸습니다.
노무현의 아들 노건호 엘지에 월급쟁이 다닙니다. 대통령아들인거 티안낼라고 허벌나게 애씁니다.
그나마 노무현. 대통령으로서의 권력을 한번쯤 확 휘둘러도 좋으련만 자신의 수족들을 베어가면서까지 이 고통을 참고 있고 '제대로 가고 있다'며 피 줄줄 흘리는거 박수는 못 쳐줄 망정 어디와서 그 새대굴빡 이리 저리 자기 중심의견도 없이 남의 의견과 개잡놈들이 퍼트리는 소문에 대한 증거도 본적 없으면서 마치 사실인양 규정하고 자기 머리 나쁜거 자랑하고 댕깁니까?
150억이문 5인가족 기준으로 350만가구가 한꺼번에 김장을 담글수 있다고 당신이 좋아 하는 조선일보 십새끼중에 하나가 계산해줬답니다. 참 친절한 새끼들이죠?
죄 있으면 벌 다 받으라고 하십시요. 저도 그건 말 안합니다. 천억이든 천원이든 죄는 죄니까요? 그거 다 정리해야 정치개혁일어나고 지금 한나라당 십새들 우왕좌왕 그 죄악의 와중에 자신만은 안 그렇다며 발뺌에 바쁩니다.
두루 본다는 균형감각은 너도 잘못했고 니두 잘못했고 그러니까 느네 다 조깥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양쪽을 다 뭉개서 씹는 것들이 제일 조깥다는 것을 좀 알고 깝치시기를 권면합니다.
당신은 적보다 더 무서운 적처럼 보이는 것은 우짠 일일까요.
코리아만세님
그 지난 일년여를 온갖 자신의 영달을 내던지고 모진 고초로 수구 개새끼언론들과 더러운 차떼기강도당의 사람들과 맨몸으로 맞써 싸웠던 사람들을 더이상 모욕하지 마십시요.
그리고 당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전해 주십시요.
조까십시요 라고 더하여, 한겨레신문으로부터 오늘 받은 e-mail, [홍세화의 수요편지 - 건강한 한국사회를 위해 소통합시다]의 전문도 올려둔다. 본문 중 글을 두껍게 처리하거나 색을 바꾼 부분은 내가 한 짓이다.홍세화의 수요편지[ 홍세화의 수요편지 - 건강한 한국사회를 위해 소통합시다] 무지는 뻔뻔함의 토양 소년에게,
네 개 선거구에서 열린 10·26 재선거가 한나라당의 전승으로 끝났습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대통령의 대연정 논란을 통해서도, 강정구 교수의 ‘통일전쟁’ 발언 소동을 통해서도 이득을 본 듯합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강정구 교수 발언과 관련된 논란 속에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그것이 긍정적 효과를 보았다고 믿기 때문에 앞으로도 거듭 제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년은 부디 잊지 말기 바랍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은 반공이 아니라 헌법 제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듯이 ‘민주공화국’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의 역설이 관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신독재체제로 민주주의를 압살한 사람의 후광을 업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기본정신으로 갖는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을 거론하는 역설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적반하장’이라고 말합니다. “무지는 죄악인가?” 연전에 프랑스 대학입학자격고사 철학시험에 나왔던 논제 중의 하나인데, 무지는 그 자체로 죄악이 아닐 수 있어도 뻔뻔함의 토양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만 ‘국가정체성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선 게 아닙니다. 조중동도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섰습니다.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자살을 강요하는 숭김파의 ‘체제 물타기’ 공세는 멈출 조짐이 아니다”라고 열 올렸고, 중앙일보는 “적화는 됐고 통일만 남았나”라는 제목의 시평을 실었습니다. 대한민국이 곧 공산화될 듯한 위기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동아와 중앙은 역시 조선일보에 미치지 못합니다. 조선일보는 10월18일치 류근일 칼럼 “‘대한민국 세력’의 불가피한 선택”을 통하여 “가만히 앉은 채 당하느냐, 혼신의 힘으로 결사항전을 하느냐가 ‘대한민국 세력’에 닥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못 비장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곧 총이라도 들고 뛰쳐나갈 듯합니다. 그 총구가 어디를 겨냥할지, 즉 ‘결사항전’의 대상이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런데 이런 글이 실리는 신문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신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1948년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나라의 정체성을 규정했다면, 그 날 이후 대한민국의 공교육의 일차적 소명은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을 길러내는데 있습니다. 공교육 과정을 통하여 사회구성원 모두 민주적 시민의식과 공공성의 가치를 갖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년은 지금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받고 있나요? 불행하게도 그런 교육을 받은 사회구성원이 없었고 지금도 거의 없습니다. 우리 학교는 오랜 동안 어린 사회구성원들에게 반공, 안보 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민주공화국의 기본 정신을 배반하도록 해왔습니다. 그 결과 사회구성원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정체성을 민주공화국이 아닌 반공이나 안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국가정체성에 관한 역설이 관철되는 이유입니다.
소년은 국가정체성을 배반한 세력이 국가정체성을 제기하는 역설과, 그런 역설이 관철되도록 앞장선 세력들의 뻔뻔함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뻔뻔함은 대중의 무지 위에 피어나는 독버섯입니다. 글은 기록으로 영원히 남는 것인데, 신문 칼럼이나 시평을 쓰는 사람들이 그런 글을 쓰는 용감성은 사익 추구의 추동력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이유가 광신 그 자체에 있다면, 사익을 추구하기 세력이 열성을 보이는 것 또한 사익 추구 그 자체에 있습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것이 수치스런 일이라면, 지혜로운 사람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런 일이다.” 볼테르의 말을 빌려 다음 말로 이번 주 수요편지를 마칩니다.
“사익추구 집단이 열성을 부리는 것이 수치스런 일이라면, 공익과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런 일이다.”
남대문이나 서울시청 건물이 작아 보인 것은 ‘성장의 그늘’처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한겨레 제2창간 독자배가추진단장 홍세화 드림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 홍세화의 똘레랑스
# by laystall | 2008/02/24 23:59 | 02 | 트랙백(3) | 덧글(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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